고3 때 학력고사, 요즘으로 얘기하면 수능시험을 보고 나서, 친구들과 이런
얘기를 하며 웃고 떠들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.
"내가 '질투'(최진실, 최수종 주연의 당대 최고 인기 드라마)만 아니었어도 학력고사 점수가 10점은 더 높게 나왔을텐데..과수석 합격은 떼논 당상인데.. 하하하.."
이때로부터 벌써 15년 이상의 시간이 훌쩍 흘렀네요. 당시 저나
제 친구들 뿐만 아니라 대입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에게 원망아닌 원망을 들어야 했던
드라마 '질투'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드라마였습니다.
이렇게 제
고3 수험생 시절의 기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'질투'를 포함하여 ,
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을 웃고 울리던 최진실 씨가 오늘 유명을
달리하였습니다.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.
故 안재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죽음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. 우매하게도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런 참담한 일 앞에서야 절절하게 깨닫습니다. 말의 중요성이나 위험성을 강조하는 속담이나 격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특정 시점의 멀고 먼 과거로부터 존재해왔지만, 현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이런 속담이나 격언이 의미하는 바가 중차대해진 것 같습니다.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'인터넷'이라는 도구가 개인의 한 마디 말의 파급 효과를 그 크기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불가할 만큼 증폭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. 거기에 타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, 말할 수 있다는 익명성의 역효과가 더해지면...
얼마 전에 최진실 씨가 안재환 씨의 죽음에 깊은 연관이 있다는
글을 인터넷에 올린 증권사 여직원이 입건되었습니다. 그 분도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
그와 같은 글을 올리지는 않았겠지만, 결국 타인에 대한 사려없는 한마디 말과
미처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파급 효과로 인해 본인은 형사 입건되었고, 최진실
씨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. 그리고 오늘 최진실
씨는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.
두 아이의
엄마인 최진실 씨를 자살에 이르게까지 한 고통을 저는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.
부모로써 최선의 일(또는 최소한의 의무)은 아이들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
곁에 있어주는 일이고, 최진실 씨가 그것을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.
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 바라며, 최진실 씨가 남기고 떠난
두 아이들이 충격을 딛고 일어나 훌륭하게 자라나 주기를 기도합니다.